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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서] 자소서 요령 3단계 : 자기소개서 문항 분석, 그리고 ‘구조 잡기’ 본문
사실상 3단계를 쓰기 위해서 이 긴긴 여정을 달려왔다. 이 꿀팁을 전달할 생각에 나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긴말 하지 말고, 1단계/2단계에서 준비한 카드들을 다 챙기고 자소서 문항을 인쇄하자. 꼭 인쇄하자. 왜? 우린 지금부터 정말 수능 영어문제 푸는 법 공부하던 주입식 교육 스똬일으로 자소서 쓰는 꿀팁을 전수 받을 거니까.
이 단계까지 오빠/형 믿고 따라왔으면 속는셈 치고 한번 해보자.
현재 기업에서 올라온 자기소개서 문항을 분석할 경우 여러가지 우려가 있으니, 내가 예전 입사했던 2010년의 내 자소서와, 최근 후배들이 나에게 첨삭받으며 제공했던 자소서를 예시로 든다. 나중에 따로, 합격 자소서들을 모아서 얘들이 왜 자소서를 잘썼다고 생각하는지 다루는 시간도 가져볼까 한다. (물론 이 자소서가 잘 썼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필자의 의도가 잘 전달되고 질문자의 궁금증이 잘 드러난’ 자소서는 누가 봐도 비슷할 거란 가정을 가지고 말이다.)
자기소개서 문항에 번호를 매겨라.
SK는 자기소개서가 빡세기로 유명하다. 삼성은 자기소개서 안보는거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만큼 간략하다. 어떤 회사는 심지어 ‘자, 자기소개 해보세요.’ 하고 아무것도 안물어본다. 어느 자소서가 더 어렵다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전자의 자소서가 훨씬 쉽다. 왜? 질문자가 친절하게 뭐 물어보는지 다 알려준다. 자기소개서 작성의 출발은 회사 공부와 내 자신 돌아보기였다면, 자기소개서의 꽃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거다. 하나씩 파해쳐보자.
다음은 내가 지원하던 해의 모 회사의 자기소개서 문항을 살짝 고친 것이다. 직접적인 언급이 문제가 될 수 있어 회사 명은 언급하지 않는다. 기업의 인재상 역시 당해와 올해는 일부 변경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보아주길 바란다.
이 문항에 펜을 들고 이렇게 뽀갠다.
이렇게.
쫄지 말자. 모든 자소서 문항을 이렇게 다 뽀개본다. 5문항이건 10문항이건 걱정할 거 없다. 감이 좋은 친구는 이 문항이 무얼 물어보고 싶은건지 알거다.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인재상이 막 있다. ‘혁신’이 막 떠오르지 않나? 기존과 다른 방식, 딱 ‘혁신’이다. 막 혁신할 것 같은 인재를 이 회사는 원하고 있다. 그걸 각 회사마다 인재상에 뭐라고 적을까?
Creative, 창의적 인재, 혁신적 인재,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모습!
그렇다. 이런 식으로 모든 자소서 문항은 그 이유가 있다. 뻥 아니고 저 자소서 문항, 자소서 좀 써봤다 하는 친구들은 딱 보고 어느회산지 맞출 지도 모른다. 아니면 유사한 문항에 답해본 적 있을거다. 즉, 자소서로 회사가 질문하는 내용은 ‘너가 우리 회사 인재상에 맞냐? 정말로 그런지 한번 대답해봐.’ 인거다.
회사를 분석한 카드를 사용할 시간이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자소서 문항 별로, 우리가 1단계에서 준비해 두었던 ‘인재상’ 카드를 붙여보자.어려운 경험을 극복한 적이 있냐는 질문은 ‘돌파력’이나 ‘추진력’, ‘패기’ 등을 묻는 문항일거고, 해외 경험이나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일해본 경험을 묻는 문항에는 ‘Globality’ 등이 해당될 것이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본 경험을 묻는 문항에는 ‘적응력’이나 ‘친화력’ 등을 묻는 것일 거다. 문항 별로 ‘인재상’ 카드를 붙여 본 뒤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보자.
번호를 매겼는데 왜 대답을 못하니.
‘설렁탕을 사다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질문은 쉽게 뽀개봤다. 각 질문에서 요구하는 인재상도 파악했다. 그런데도 대답을 못하는 이유는 복잡하게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하자. 살은 나중에 붙일거다. 살붙이기가 다음 단계라는걸 잊지 말고 시키는대로 해보자.
각 문항별로 한 문장을 넘지 않게 써보자. 글빨이 막 와서 두문장으로 써야겠다면 손을 멈추지 말자. 하지만 한 문장으로 정리해야, 그만큼 명확하다. 내가 자소서를 쓸 때는 이 팁을 몰라 이렇게 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나라면 이렇게 적겠다.
- 기존과는 다른 방식 : 고객 ‘개인’ 별로 맞춤 디자인을 적용
- 이전 (기존) 방식 : 시중 판매되는 프로그램의 내장된 레이아웃을 사용하는 방식
- 개선했던 경험 : 고객별 디자인 도입을 제안하여 매출을 증대시켰음
- 그 방식을 시도했던 이유 : 우리 회사는 후발주자여서, 다른 업체와 차별성이 필요했음
- 기존 방식과 차별점 : 고객 ‘개인’ 별로 디자인을 맞췄다는 점 (1번의 중복)
- 어려웠던 점이나 문제점 : 기존에 구입해 사용하던 레이아웃을 버리고 샘플 영상을 새로 제작해야 해서 초기엔 비용이 많이 듬, 다른 직원들의 동의 얻어야 했음
- 얻게 된 경험이나 결과 :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져 매출이 증대 되었고 계속 아르바이트 할 기회를 얻었음
짱 쉽지 않나?
이미 위 예시 보고 눈치 챘겠지만, 우리가 ‘나’를 알아보는 단계에서 준비한 카드들은 여기에 쓴다. 자기소개서 문항에서 물어보는 ‘인재상’은 곧 그런 역량이나 성격 등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는 거다. 앞서 예고편에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자기소개서 질문 – 인재상 – 그 직무/직군에서 필요한 역량 – 내가 그 역량을 가졌다는 증거(경험) 을 꿰는 단계가 온 것이다.
나의 경우, ‘혁신’을 물어보는 질문에 마침 내 경험들 중에서 내가 무언가 아주 작은 것이라도 ‘바꾼’ 경험이 없는지를 쥐어짰다. 내가 과거에 뭘 했는지 적어둔 카드를 다 들고서 하나씩 생각해보는거다.
‘내가 동아리 활동에서 뭐 바꾼 경험이 있나? 쭉 전해오던 문화를 바꿨다? 학교 버스 정류장이 불편해서 옮기자고 했었나? 아르바이트 하면서 매대정리 방식을 바꿔본 적이 있나? 인턴할 때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간소화 했던 적은 없나?’
우리는 앞서 동아리 활동부터 학교 생활, 어학연수, 인턴, 산학협력 등 내가 해본 거라고는 하나도 남김없이 적어봤다. 그럼 이제 그 카드들을 들고 그 경험 중에서 ‘혁신’ 해본 경험이 없는지를 죽어라고 물어보는거다. 누구에게? 본인에게. 아주 사소한 거라도 하나 쯤은 나온다. 그게 없으면 머리 싸매고 반성한 다음, 다시 물어본다. 누구에게? 본인에게. 당신이 아무리 평범한 인생을 살았어도 하나는 나온다. 정말 영혼에 대고 물어봐도 안나온다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 정말 없으면, 그 회사 인재상에 안맞는거다. 그쯤에서 포기하자. 그렇지 않을거면, 하나쯤은 꼭 있다.
이 단계를 ‘혁신’이라는 키워드 하나만 들고 하면 엄청 힘들다. 하지만, 1) 전문성 2) 글로벌 역량 3) 혁신하는 자세 4) 끈기 5) 패기 를 놓고 찾아본다면 어떨까? 다섯가지 혹은 여섯가지 정도 되는 인재상을, 각 경험 카드 한장을 넘길 때 마다 곰곰히 생각해보는거다.
이 방식의 장점은 사실 다른데 있다. 사실 하루이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면 매칭하기 좋은 경험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가 있다.
해외에서 어학연수 하는 기간 동안에 다른 문화권의 친구들과 ‘언어’가 아니라 ‘문화’가 달라 어울리기 힘들었던 경험을 한 후배 J양의 경우, 자신의 어학연수 시절의 경험을 ‘글로벌 역량’과 새로운 집단에 빠르게 적응하는 ‘적응력’ 중에 어디에 적을까 고민했다. 이 경우 자기소개서에 살을 먼져 붙여보기 보다는 1) ‘적응력’을 물어보는 문항에 다른 경험을 적을 것이 있는지 고민해보고 2) ‘글로벌 역량’을 물어보는 문항에 다른 경험을 적을 것이 있는지 고민해 보면 좋다. 즉, 살을 더 붙여서 완성하기 전에, 문항 – 경험을 매칭시켜보는 작업을 통해 ‘아이템 선정과 배치’의 시간을 절약하는 거다.
한 문장씩 써보는 것의 또 다른 장점
자기소개서는 보통 500자에서 800자, 많으면 1000자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자기소개서 문항을 뽀개보고, 한 문장씩 써보지 않으면 글을 적는 도중에 내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놓쳐버리기 쉽다. 특히 ‘문과’ 생들, 산문형으로 글 쓰기 시작하면 산으로 간다. 개인적으로 나는 어린 시절 문예창작과를 가고 싶을 정도로 글 쓰는걸 좋아해서, 자기소개서가 완전 완연체의 신춘문예 수필공모전 내는 버전이었다.
한 문장씩 적으면 그럴 위험이 적다.
앞서 내가 적은 내용들을 한문장으로 엮어 정리하면 이렇다.
이게 몇자일까? 약 300자 정도 된다. 공백 포함하면 약 400자. 여기에 살 조금만 더 붙이면 500자가 되는 거고, 실제 저 업무를 진행했던 과정에서 있던 조금의 Detail을 더 붙이면 800자 금방 된다.
사실상 여기까지 왔으면, 4단계/5단계는 껌이다. 3단계가 가장 힘드니, 3단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보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문제 – 인재상 – 경험을 연결한 조합을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 본다음, 한 문장씩 적어본다. 그렇게 만든 ‘패키지’들을 놓고, 전체의 자기소개서를 위한 구조를 만들어 나가면 어느새 내 손에 들려있는 자소서는 내가 이 회사(의 인재상과 요건)에 왜 부합하다고 생각하는지를 ‘경험’으로 증명하는 자소서가 되어 있을 것이다.
다음 단계로는 여러분들이 정말 x 100 골치아파 하는 ‘지원동기 및 포부’를 포함하여, 입사 후 하고싶은 일 등을 적어야 하는 자기소개서 ‘마지막 문항’ 대답하기와 함께, 자기소개서 살 붙이기를 다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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